볶지 않은 커피콩은 수출하기 전에 등급별로 분류되는데, 이는 최상품의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가격을 받아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등급 설정 및 분류 체계 같은 건 없다. 수출용 커피콩의 등급을 정하고, 최저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등급 설정 과정에서는 커피콩의 맛보다 물리적 측면들이 중요시된다. 따라서 커피의 맛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등급 설정 체계를 따르기보다 스페셜티 커피 공급자의 조언을 듣는 편이 낫다. 등급 설정 및 분류 과정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척도들이 활용된다. 재배 지역 및 고도, 품종 다양성, 가공법, 커피콩의 크기, 결함을 지닌 정도, 로스팅된 커피콩의 외관 및 커피 음료의 질, 커피콩의 밀도 등이다.
싱글 오리진 커피와 블렌드 커피
싱글 오리진 커피라는 용어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싱글 오리진 즉, 단일 기원이란 말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단일 농장의 의미로 쓰일 수도 있고, 단일 지역에 위치한 농장 집단의 의미로 쓰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이 개념에는 커피 생산지의 지역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순수한 커피라는 뜻이 담겨있다. 기원이 다양한 커피콩을 한데 뒤섞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커피의 특성을 적절히 혼합하면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맛의 커피를 창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은 커피콩들을 한데 뒤섞은 뒤 독특한 방법으로 끓여냄으로써 이상적인 커피의 맛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만일 스페셜티 커피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종류의 싱글 오리진 커피를 맛보면서 미각을 계발해 보기 바란다. 아마도 점점 더 풍부해지는 맛의 범위에 놀라게 될 것이다. 미각을 계발하려면 다양한 커피를 마셔봐야 한다. 하지만 이 훈련을 하루에 몰아서 하지는 말기 바란다. 커피 6잔을 들이켜고 나서 심장이 쿵쾅거렸다면, 단순히 커피가 엄청나게 맛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카페인은 뇌 속으로 흘러 들어가, 신경 세포를 가속시키고 기분을 들뜨게 하는 수용체에 영향을 준다. 카페인의 효과는 커피를 마신 뒤 4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약 5시간쯤 뒤부터 차츰 가라앉는다. 그 이상 마시면 어지럼증과 환청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미각 길들이기
블루베리가 첨가되었다고 홍보하는 커피를 마신 뒤, 그냥 커피와 똑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설령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도 낙담하지 말기 바란다.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는 커피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도 안 된다. 커피의 맛을 묘사한 문구에는 마케팅 전략 이상의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재배된 지역과 가공 방법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꾸준 미각 훈련을 하다 보면, 온갖 종류의 복잡 다양한 맛을 식별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전문적인 과정을 커핑이라고 한다. 로스터와 구매자들은 이 커핑 과정을 통해 각각의 커피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커핑 과정은 콜롬비아의 커피 농장에서 이루어지든, 도심 외곽 지역의 로스팅실에서 이루어지든 전 세계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커핑 과정을 공개적으로 시연하는 로스터들도 많다. 이런 시연회에 한번 참여해 보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잠옷 가운을 걸친 채 주방으로 가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별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음. 오늘 아침 커피는 야성미가 넘치는군. 입 안을 가득 채운 느낌과 낮은 산도, 초콜릿 같은 끝맛이 아주 좋아'라고 느끼며 마시게 될 것이다. 커피의 산지가 어디든 간에, 최종적인 커피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마치는 요인은 바로 가공 과정이다. 커핑 관련 기록들을 보면, 커피콩이 건식 처리된 것인지, 습식 처리된 것인지, 아니면 반건조 처리된 것인지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들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지만, 맛에 미치는 영향을 간략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습식 처리된 커피는 커피의 질이 매우 안정적이며, 건식 처리된 커피보다 산뜻하고 섬세한 신맛을 내는 경향이 있다. 외관은 자연건조 혹은 반수세 처리된 커피콩들보다 깨끗하고 녹색 빛이 더 짙다. 선식 처리된 커피는 자연 건조하여 맛이 좀 더 복합적이거나 독특하며, 증후 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커피콩은 보통 노란빛이 섞인 녹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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