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로스팅
훌륭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반드시 로스터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피가 로스팅되는 방식을 알면 커피콩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커다란 로스팅 기계가 정밀한 지침에 따라 커피콩을 휘젓고 있는 카페에 가보았을 것이다. 커피 산업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 이 과정도 오랫동안 숨겨져 왔지만 이제는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공개되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녹색의 커피콩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커피콩은 로스팅을 해야 그 모든 맛깔스러운 커피 향이 배어 나와 상품 가치를 지니게 된다. 날것 그대로의 커피콩은 로스팅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화학적, 생리적으로 변형되는데, 아주 세밀한 온도 조절만으로도 커피의 맛이 크게 달라진다. 스페셜티 커피의 경우에는 무수히 다양한 맛을 우려내기 위해 로스터가 로스팅 과정을 세밀하게 관리한다. 커피콩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것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다. 그저 그런 로스터와 훌륭한 로스터를 구분하려면, 로스터가 만든 커피를 직접 맛보며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정말로 재능 있는 스터들을 비하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로스터가 되려면 뛰어난 미각과 섬세한 직감을 갖추어야 하고, 요령을 터득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한다. 호주 스페셜티 커피협회는 최근 로스터 자격증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로스팅을 단순한 가공 과정이 아닌 하나의 기예로 여긴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로스팅 과정
소량씩 가공하면 품질을 관리하기가 더 쉽다. 그래서인지 뒤뜰이나 카페 공장에서 로스팅 실험을 하는 소규모 장인 로스터들이 점점 늘고 있다. 40여 년 동안 커피 사업에 종사해온 호주 스페셜티 커피협회의 회장 롭 포사이스는 커피콩을 직접 로스팅하여 판매하는 카페들의 수가 지난 5년간 최소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한다. 로스팅에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로스터는 공기의 흐름과 가스의 수준, 통의 회전속도, 내용물의 무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인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커피콩에 전달되는 열을 통제한다. 이런 각각의 요인을 아주 조금씩만 변화시켜도 커피의 맛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로스터는 커피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판단하기 위해 시각과 청각, 후각을 총동원하여 색의 변화를 관찰하고, 요란하게 탁탁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향긋한 커피의 연기를 흠뻑 들이마신다. 로스팅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건조단계는 커피콩에서 김이 나면서 녹색에서 갈색빛을 노란색으로 변한다. 풀 냄새가 조금 날 수도 있고 삼베나 빵 같은 냄새가 날 수도 있다. 1차 변형은 커피콩에서 익숙한 커피 향이 나면서 밝은 갈색으로 변하고, 연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1차 크랙 단계는 커피콩들이 요란하게 탁탁거리는 소리를 낸다. 커피콩들이 구워지면서 섬유조직이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2차 변형의 단계는 커피콩들이 부풀어 오르며, 캐러멜색에서 점차 거무스름하게 변한다. 1차 크랙이 최고조에 이른 뒤에는 원하는 맛에 따라 로스팅을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싱글 오리진 커피의 로스팅은 대부분 이 단계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2차 크랙이 시작되는 시점 사이에 중단된다. 2차 크랙은 마지막 경고와도 같다. 이 단계에서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2차 크랙은 1차 크랙보다 조용하며,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크랙 소리가 커지고 연기가 허공을 가득 메움에 따라, 커피콩이 아주 검게 변해간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콩이 로스팅되는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최첨단 로스팅 기기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에그트론일 것이다. 이 기계는 근적외선 간이 분광광도계를 사용하여 로스팅한 커피콩의 색을 측정한다. 그런 뒤 커피콩에 특정한 숫자를 배정하는데, 이 숫자가 낮을수록 로스팅한 커피콩의 색이 짙다. 에그트론 색도계는 커피 업계 전역에서 로스팅한 콩을 분류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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